경찰이 18일 우예슬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토막 난 시신을 정모씨가 자백한 곳에서 발견함에 따라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사건의 윤곽이 전모를 드러내고 있다.
경찰은 특히 2004년 경기도 군포 전화방 도우미 실종사건 수사 당시 정씨를 긴급체포했다가 풀어준 적이 있어 정씨가 ‘연쇄살인범’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집중수사 중이다.
◆범행동기 집중 추궁=경찰은 정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예슬양의 것으로 보이는 시신의 일부를 찾아냄에 따라 남은 의혹을 푸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실종 어린이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은 발견됐지만 범행 동기와 구체적인 살해 과정 및 시신 훼손 장소 등은 규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남은 의혹들을 명확하게 밝혀내는 게 공범 여부 및 여죄를 캐내는 데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두 어린이의 시신을 자신의 집 안 화장실로 옮겨 톱으로 절단한 뒤 이혜진양은 수원 호매실나들목 근처 야산에, 예슬양 시신은 시화호 근처에 각각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범행에 사용한 톱은 안양에서 샀으며 범행 후 자신의 집 근처 공터에 버렸다면서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범행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실제로 이날 정씨 말대로 시신으로 추정되는 일부가 시화호 인근 군자천에서 발견되고, 정씨 집 화장실에서 미량의 사람 혈흔이 발견된 만큼 집 안이 범행 장소일 개연성이 높아졌다.
다만, 정씨가 “교통사고로 아이들이 숨졌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어린이들이 어디에서 살해됐는지 미지수다. 경찰은 교통사고라는 진술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정씨가 자기 집이 아닌 은밀한 곳에서 살해와 시신 절단을 했을 것으로 보고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될 부분을 밝혀 줄 ‘제3의 범행장소’와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우미 실종 당시 긴급체포된 적도=정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2004년 군포 전화방 도우미 실종사건 당시 경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에 따라 정씨가 당시 사건에 깊숙이 개입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이번 사건 이후 여죄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정씨가 범행 자백 후에도 범행 동기와 시신 유기장소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꾸며 거짓된 진술을 한 정황으로 미뤄 2004년 부녀자 실종사건 당시에도 이번과 같은 거짓 진술로 교묘히 수사망을 빠져나갔을 개연성은 높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2004년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라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거짓반응이 나왔다”며 “당시 정씨가 몰던 에스페로 승용차에서 야삽도 2개 발견됐지만 직접 증거가 되지 못해 풀려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함께 최근 경기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부녀자 실종 사건들과 정씨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전면 재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은 그동안 미제로 남았던 화성 부녀자 연쇄실종 피살 사건과 수원 여대생 실종사건(2006년 12월∼2007년 1월), 화성 여대생 피살사건(2004년 10월), 광명 초등학생 피살사건(2003년 4월) 등이 이번 사건의 인근 지역인 데다 수법도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박종환 안양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을 해결한 뒤 차차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도적 허위자백인가=정씨는 경찰에서 범행 동기와 관련, “두 어린이 실종 당일인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9시쯤 집 근처에서 렌터카를 몰고가다 두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두 어린이를 죽였다고 인정하면서도 살해가 아니라 과실치사라는 논리다.
경찰은 그러나 이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혜진양의 시신과 정씨가 빌린 렌터카 모두에서 교통사고 흔적이 없었고, 목격자도 없었다. 정씨가 주장하는 교통사고 시각(오후 9시)과 렌터카 대여 시각(오후9시 50분)도 달랐기 때문이다. 경찰은 살해 혐의를 피하기 위한 허위자백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이 정씨의 집에서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머리카락은 썩는다, 호매실IC, 토막, 실종사건’ 등의 단어를 검색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정씨가 범행 후 체포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해 온 것도 이 같은 거짓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안양=김영석·정진수·유태영 기자 lovekook@segye.com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